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글나눔터

망각의 축복

윤봉원 전도사 2003.11.04 13:00 조회 수 : 358

망각의 축복

독일의 심리학자인 헤르만 에빙하우스(1855-1909)라는 사람은 16년간에 걸쳐 인간의 망각 실험을 했다한다. 그가 내 놓은 결론은 인간은 기억한 것의 대략 절반 정도는 1시간 내에 잊어 버리고, 하루가 지나면 약 70%, 1달이 지나면 약 80% 정도 잊어버린다는 것이다. 물론 이를 역설적으로 말하면 무려 20%나 기억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그냥 잊어버린다는 것이다.
우리가 이렇게 잊고 산다는 것이 꼭 불행일까? 모든 것을 다 기억하고 산다면 과연 행복해 질 수 있을까? 나는 단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. 잊을 수 있기에 우리는 행복하다는 것이다. 상담을 많이 하는 나로서는 상담을 행할 때에는 함께 아파하고 울기도 하지만 상담한 지 3-4일만 지나도 웬만한 내용들은 다 잊어 버린다. 기록해 두지 않은 내용이라면 그저 기억이 가물가물해져 버리는 것이다. 그러한 망각 증상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내담자의 아픈 마음을 계속 내 마음에도 가두어 둔다면 아마도 나 또한 미치거나 아니면 상담후 우울증에 걸릴지도 모른 일이다. 그러니 잘 잊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?
특별히 많은 아픔과 상처들을 잊어 버리지 않고 다 기억하고 있다면 괴로워서 어찌 살 수 있으랴! 그러나 웬만한 기억들은 다 잊어버리니 특별히 용서하지 않아도 관계를 이어갈 수 있으니 참으로 좋지 아니한가?
생각해 보라! 우리가 부부싸움 했던 모든 일들, 그래서 서로에게 상처주고 마음 아파했던 일들, 좋지 않은 사진이나 현장을 보면서 힘들어 했던 일들, 인상이 고약해서 겁먹었던 얼굴들.... 이 모든 것들을 바로 지금 일어난 일들같이 생갱하게 기억하고 있다면 그 어찌 살 수 있으랴! 그러니 망각을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. 그렇게 웬만큼 다 잊어 버려도 사는 데 별 지장은 없다. 그러면 된 것 아닌가?
어떻게 보면 망각을 가장 잘하시는 분이 하나님인지도 모른다. 하나님은 우리의 모든 죄들을 다 잊어버리신다고 말씀하신다(히브리서 10:17-18). 아예 기억조차도 아니하신다는 것이다. 그렇게 기억하시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얼마나 큰 축복인지도 모른다.
빌립보서 3장 13절과 14절도 이렇게 말한다.
“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14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좇아가노라”
과거는 잊어버리고 그저 앞만 바라보면서 쫓아가는 인생이 그 얼마나 행복하겠는가? 과거에 내가 무슨 자리를 했고, 세상 가운데서 얼마나 떵떵 거리고 살았는지, 쾌락에 빠져 있었을 때의 그러한 기억들.... 이런 것들을 다 잊어 버리고 지금 내 안에 계시는 하나님, 그리고 나를 이끌어 주시는 하나님만을 바라 보면서 마라톤을 해 가라는 것이다. 그것이 바로 복이라는 말이다.
성경에서 보면 많은 인물들이 그렇게 과거는 잊어버린 채 지금, 그리고 미래를 위해 전심전력했을 때 엄청난 복을 누렸다는 사실을 찾아 볼 수가 있다. 우선 야곱이 그러했다. 세상을 다 지배할 것 같은 야심들과 엄청난 욕심들, 이웃을 속였던 거짓말들... 이런 것들을 그저 잊어 버렸을 때 하나님은 그를 들어 쓰셨다.
형들의 모략에 의해 죽을 고비를 넘겼던 요셉. 그러나 그것이 다 하나님의 디자인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그 모든 과거를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는 요셉. 억울한 누명이나 모함까지도 다 잊어버리고 그저 하나님의 인도하심 가운데 오히려 그들을 품어주고 축복해 줄 수 있었기에 그는 성경 속에 위대한 인물로 기록될 수 있었다.
사울이 바울로 변할 수 있었던 것도, 그리고 주님의 제자로 그렇게 큰 일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사울이었을 때의 모든 기득권이나 편안함, 세상적인 보장 등을 다 잊어버릴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?
예수님께서도 십자가의 수난을 당하실 때 도망쳤던 제자들을 기억하지 않으셨다. 부활 후의 만남에서도 그들을 책망하지 않으셨다. 그저 잊어버리셨던 것이다. 긍휼의 마음으로 다 덮어버리셨던 것이다. 그렇기에 그 인자하신 모습으로 ‘나를 따르라!“고 말씀하지 않으셨을까? 그리고 그 말씀에 제자들은 순종할 수 있었지 않았겠는가?

물론 망각이 아무리 축복이다 할지라도 절대 잊어서는 안될 것들도 있다. 전도서 12장 1절에 보면 청년의 때에 창조주 하나님을 기억하라고 말씀하시고 있으며, 시편 103편 2절에는 “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며 그 모든 은택을 잊지 말지어다”라고 말씀하신다. 그 뿐인가?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어느 한순간에도 놓쳐서는 안된다. 부모님의 사랑과 은혜를 잊어버려서도 안되며, 부부간의 아름다운 추억들 역시 잊어버리면 큰 일 난다.

그러고 보면 쓸데없는 것은 다 잊어버리고, 좋은 일들이나 사건들, 아름다운 추억들만 다 기억한다면 얼마나 좋으랴! 그렇게까지는 못하더라도 정말로 잊어버려서는 안될 것들만 기억하고 살아도 그 얼마나 행복할까?
잊어버린다고 상대방을 질책하지 말라! 그는 지금 하나님의 복을 누리고 있는 사람이다. 아내가 내 과거의 안 좋은 기억들을 기억하지 아니하니 그 또한 하나님을 상당히 닮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?
잊는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. 물론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들만 잊어버리지 않는다면 말이다.
추부길 목사
- 한국가정사역연구소 소장
- 안양대학교 신학대학원 겸임교수
- 웰빙교회 목사